회고
첫 직장 5개월 차 #3 — 다시 취준생이 된다면?
| 서론
안녕하세요, 팡일입니다.
취준생 시절 궁금했던 실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어느덧 마지막 글까지 왔습니다.
첫 번째 글에서는 회사에서 개발자가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와 학교에서 하던 개발과 실무의 차이를 이야기했고, 두 번째 글에서는 신입 개발자가 어떤 업무부터 시작하고 모르는 것을 어떻게 해결하며 팀에 적응해가는지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글에서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2025년 9월의 저는 아직 대학생활을 보내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나름대로 개발을 공부하고 프로젝트와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실무를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약 1년이 지난 지금, 첫 직장에서 5개월 정도를 보내면서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지금 다시 취준생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보려고 합니다.
어떤 개발 경험을 더 해보고 싶은지, 기술적인 역량 외에 무엇을 준비하고 싶은지, 그리고 지금의 제가 2025년 9월의 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지까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질문5. 다시 취준생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요?
혼자 잘 만드는 것에서, 함께 잘 만드는 것으로
취업을 준비할 당시에는 직접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해본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Zero to One,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만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고,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개인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기존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지금도 이러한 생각에는 크게 변함이 없습니다. 실무에서도 새로운 서비스를 처음부터 만드는 일보다 이미 운영되고 있는 서비스를 이해하고 유지보수하거나 개선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다만 실제로 회사에서 일해보니 한 가지가 더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실무에서는 혼자 일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혼자 서비스를 잘 만들고 운영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에서는 결국 다른 사람과 함께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내가 작성한 코드를 다른 사람이 읽고, 다른 사람이 만든 코드를 내가 수정하기도 합니다. 서로의 코드에 피드백을 주고받고, 하나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기도 합니다. 개발자뿐만 아니라 기획자나 다른 직군의 구성원들과도 계속해서 소통해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 취준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개인 프로젝트를 하나 더 만드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서비스를 만들어보는 경험을 더 많이 가져보고 싶습니다.
친한 친구여도 좋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어도 좋습니다. 함께 하나의 목표를 정하고 역할을 나누고, 의견이 다를 때 조율하고, 서로의 코드를 리뷰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같이 해결하면서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CS 공부나 코딩 테스트, 특정 기술을 깊게 공부하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개발자인가?’라는 질문에도 답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때도 조금 더 ‘실무처럼’ 일해볼걸
다시 학생 때로 돌아간다면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도 조금 다르게 해보고 싶습니다.
학생 때는 Notion을 비롯한 익숙한 도구를 사용하면서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그것도 충분히 좋은 경험이었지만, 지금 돌아간다면 Jira처럼 실제 현업에서 사용되는 업무 도구도 적극적으로 활용해볼 것 같습니다.
단순히 Jira를 한번 사용해봤다는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스프린트를 구성하고, 하나의 기능을 Story와 Task로 나누고, 해야 할 일의 목표와 규모를 생각해보고, 단기간과 장기간의 계획을 세우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현업에서 사용하는 도구들은 단순히 유명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구를 사용하게 된 이유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학생 때도 그 방식을 한번 적용해보고, 우리 팀에는 무엇이 도움이 되고 무엇은 맞지 않는지를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좋은 공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실무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볼 것 같습니다.
회사마다, 팀마다, 그리고 직군마다 일하는 방식과 문화는 모두 다릅니다. 그럼에도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함께 일하기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통적인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팀이 더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서로 더 좋은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각자의 강점을 살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도 단순히 ‘프로젝트 하나 더 해봐’라고 이야기하기보다는, 프로젝트를 하나 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과 더 잘 협업하면서 만들어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진행해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2025년 9월의 나에게
그리고 다시 2025년 9월의 저를 만날 수 있다면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결국 모든 것에는 때가 있고, 기회가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고.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내가 과연 개발자로 일할 수 있을까?’, ‘전공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까?’, ‘지금까지 준비해온 방향이 맞는 걸까?’와 같은 생각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류에서 탈락하고, 면접에서 떨어지고, 준비했던 것들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으면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순간마다 경험하고, 부딪히고, 쌓아왔던 것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는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였던 경험들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성장의 계기가 되었고, 이후에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것을 붙잡을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내가 준비했던 길이 당장은 허락되지 않을 수도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넘지 못하는 산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직접 경험하고 부딪히며 성장했던 것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좋은 프로젝트를 경험하는 것도, 좋은 기술을 배우는 것도, 개발 실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단순히 ‘직업을 갖는 것’만을 쫓아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길을 걸어가고 싶은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를 계속해서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더라도 내가 가고 싶은 방향에 대한 소신을 가지고, 그 방향을 향해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결과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성실함과 재미, 그리고 꾸준함을 가지고 임하는 것이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이야기한다면, 기회가 찾아왔을 때 붙잡을 수 있도록 나를 계속해서 보여주고 증명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표현으로 이야기한다면 ‘Show & Prove’입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나 혼자 알고 있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온 것과 경험한 것, 고민하고 배운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직접 운영하는 서비스가 될 수도 있고, GitHub가 될 수도 있고, 블로그에 남긴 글이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한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취업이라는 과정에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세상에 보여주는 과정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진 경험과 역량을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증명할 것인지 고민하고, 이를 꾸준히 세상에 내보이는 과정 역시 취업 준비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경험들이 하나씩 쌓인다면 결국 그것들이 ‘나라는 개발자’를 보여주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저 역시 아직 첫 직장에서 반년도 일하지 않은 신입 개발자입니다. 언젠가 이직을 준비하게 된다면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고민을 다시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때가 온다면 저보다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면서 다시 한번 내가 나아갈 방향을 찾아갈 것 같습니다.
결국 그때의 저도 다시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고민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직 이 질문들에 대한 완벽한 답은 없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마주했던 경험들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자산이 되어주었던 것처럼, 앞으로 경험하게 될 수많은 순간 역시 또 다른 길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무리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의 제가 궁금했던 것들을, 실제로 첫 직장을 경험하고 있는 지금의 제가 한번 답해보고 싶었습니다.
돌이켜보니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실무라는 곳이 막연하게 느껴졌습니다. 회사에 가면 개발자는 어떤 일을 하는지, 학교에서 하던 개발과는 무엇이 다른지, 내가 가진 경험으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궁금한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리고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라기보다는, 학생 때 경험했던 것들이 조금씩 이어지면서 그 위에 책임과 협업, 그리고 새로운 경험들이 하나씩 더해지는 과정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아직 첫 직장에서 반년도 채 보내지 않은 만큼, 이 글에 담긴 생각들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회사와 팀마다 일하는 방식도 다르고, 저 역시 앞으로 더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지금의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누군가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글이라기보다, 첫 직장에서 5개월을 보낸 신입 개발자가 지금의 시선으로 실무를 바라본 하나의 기록 정도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 1년 차, 2년 차가 되었을 때 이 글을 다시 읽어보면 지금은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또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의 저는 실무와 개발, 그리고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 1년 전의 저처럼 첫 직장과 실무를 궁금해하고 있는 취준생이라면, 제가 먼저 경험한 짧은 시간의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아직 배우고 경험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지금 맡은 자리에서 하나씩 경험하고 부딪히면서 계속해서 좋은 개발자로 성장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